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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수, 미국 교수되기' 편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박사과정은 연구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지 교육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학교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95% 이상은 연구자를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다른 말로 하자면 좋은 연구자라고 좋은 교육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거꾸로도 그 등식은 성립한다.

 

학교마다 학교에 잘 적응을 하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은 있다. 다만 UNIST의 경우는 대부분 한국인인 반면에, Salisbury University (SU)의 경우에는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교수들이 임용이 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미국의 학교가 훨씬 더 많은 시간의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 비자 문제, 의료보험 문제, 등등

 

물론 UNIST가 연구중심학교이고 SU가 교육중심학교라 오리엔테이션의 주요 요지 또한 차이점이 크다. 미국에 오니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학생들의 다양한 면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들여 교육을 시키는 인상을 받는다. 최근 들어, 학생들의 정서적 문제라던지, 인종차별, 장애인에 대한 차별 등 워낙 소송의 나라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였다. SU에 임용이 되었을 때는 전체 420명 정도의 교원 중에서 55명이 새롭게 임용이 되어서 한꺼번에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어 아무래도 소규모로 진행되었던 UNIST에 비해 좀 더 체계적인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각 부서별로 책임자가 나와서 교수들이 알아야 할 사항을 자세히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이해를 시켜나가는 게 의미 있게 보였다. 

 

하나 특이한 점은 매년 새로운 Academic year가 시작될 때 SU의 경우 'Provost's welcome back meeting'을 하는데 이 자리에 학교 전체의 교수가 모여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새로 임용된 교수를 소개함과 동시에 학교의 주요 어젠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이러한 공식 석상에서도 항상 눈이 띄는건 '유머'이다. 어떻게 보면 아주 포멀한 자리이지만 거기서도 청중의 주의를 끌고 분위기를 환기하는데 유머를 참 잘 사용한다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UNIST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미팅이 있긴 했는데, 분위기는 자못 달랐다. 

 

개인적으로 수업을 준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유머를 많이 쓰려고 자료를 준비한다. 그리고 다음은 주요개념도 중요하지만, '왜 우리가 이걸 논의하고 이해하려고 하는지?'의 답이 되는 자료를 많이 준비한다. 나 역시도 대학생 때 어지간히 공부를 안 했던 사람인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수업을 준비함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미국 학생들에게 맞는 사례나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일단은 내가 그 지식이 부족하다. 아울러 이름 중심의 사회인 미국에서 이름을 외우는 게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

 

이제 나는 타이틀 사회에서 네임 사회로 넘어온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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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를 아주 못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천재 소리를 듣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군다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자라며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학생이었다. 어렵게 부모님이 장만해 준 백과사전을 제본한 곳이 떨어질 때까지 읽었고, 집에서 유일하게 한 질이 있었던 위인전을 읽고 또 읽었던 걸 보면, 책 읽는 것은 그리 싫어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나며, 새로운 문화를 만나며 아주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고, 울산에서 서울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무대를 넓혀가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그러한 삶을 잘 살기 위해 박사과정과 교수는 수단으로 선택되었던 것 같다. 박사과정의 마지막 관문인 디펜스를 마칠 때 지도교수님과 내가 아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하신 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석사를 마치고 대전에 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정말 길 가다 마주치는 것이 '박사님'들이어서 그런지 잘 못 느꼈는데, 내가 하고 보니 새삼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게 다가왔다. '이 힘든 과정을 잘 겪으셨구나!' 하며

 

물론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들도 그 과정이 고통스럽긴 매 한가지라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는 물론 생활의 속속들이 모든 부분에서 마치 세상을 새롭게 접하는 유치원생처럼 받아 들어야 하는 그것이 덧대어져 더욱더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대단하네요" 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대단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꾸준히 했을 뿐이다. 그러면 또 "아 그럼 원래 꾸준히 하시는 분이신가봐요?" 라고 물으실텐데 사실 누구보다 실증도 잘내고 생각보다 대충대충 하는 그냥 평범한 우리네 사람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다만 조금더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밥은 먹고 살아야 겠는데, 이걸 하는게 나랑 조금더 맞다고 생각해서 였을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는 많은 분들이 그만큼의 고생을 안하고 사회(학교)생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석사과정 때 프로젝트와 수업, 연구로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특별한 연구도 아닌데 엄청 고생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 때 통계학을 가르쳐 주시러 왔던 어느  연구원 박사님께서 여담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곳에서 이 정도 공부할 것 같으면 어디서든 성공하실게예요"라고 그게 지식적인 측면보다도 한국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특유의 '장시간 일하는' 문화를 의미하셨던 것 같다. 

 

일의 성과나 효율성을 떠나서 그렇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잠못자면서 해봤던 경험, 그 자체가 내가 박사과정 하는데 가장 큰 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면서 줄곳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이 정도는 다 하잖아'라고 되뇌었던 것 같다. 물론 공부와 생활의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져서 힘들고 외로움이 있어 더 크게 느껴졌겠지만 말이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한 사람의 인생 과정이다. 해석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나 스스로도 내 과정을 돌아보며 지난 10여년 그런 일이 있었구나 라고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가끔 인생의 길을 가다보면 지칠 때가 꼭 있기 마련이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고,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초라하고 작게 느껴질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럴 때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라 라고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곤 했다. 여행을 가던, 게임을 하던, 책을 읽던, 음악을 듣던, 산책을 하던... 생각보다 인생은 길고 지금의 잠시 쉬어가는 것이 길게 보면 결코 별것이 아니었기에 자신이 주저 앉고 싶을때 지금 하고 싶은 한 가지를 하면서 긴 여행길의 에너지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나 역시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 같다. 부모의 아들, 아내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 학생들의 교수, 연구자, 결코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벌어오는 월급쟁이, 낯선 곳의 초보 이민자, 유명하지 않은 팟캐스트의 진행자,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그냥 가끔 글을 쓰는걸 좋아하는 작가지망생, 봄이 되면 집주변에 예쁜 정원을 꾸미고 싶은 초보 정원사, 언젠가는 배우고 싶은 비행기 조정사, 영어를 공부하는 평생 학생 등등. 이런저런 하고싶은 일을 키워나가다 보니 정말 수식어가 끝도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그 수식어에 무엇을 또 더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고민남. 그렇게 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같다.

 

이것으로 한국교수, 미국 교수되기 시리즈는 마치고, 다음에는 한국 교수 vs 미국 교수 시리즈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며, 혹시 궁금한 사항이나 오류가 있다면 언제든 dr.gang2cents@gmail.com으로 연락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각자의 위치에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당신을 응원한다.

 

Maryland에서 강광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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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on Musk가 왜 하필 로켓 사업에 들어가려고 했을까? 당시에 Zip2와 Paypal로 인해서 이미 부자의 반열에 오른 그였지만, 왜 하필 로켓이었을까? 나중에 더 다루겠지만, 일단 그의 가족에 대한 배경과 어린 시절로 가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성공한 창업자의 많은 경우에서 집안 자체가 창업가 집안 인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Elon Musk의 경우는 딱히 그렇지는 않지만, 그 피를 물려 받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책에 의하면 Elon Musk의 외할아버지가 꽤나 괴짜셨던 것 같다. 사실 그의 그 괴짜스러움이 어디서 왔겠냐만은 소형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세상을 보고 혹은 비행기가 고장이 났을 때도 직접 고치기도 하였던 것을 직접 경험한 어머니의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엘론이 어린시절 크면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테고 자연스레 그러한 정신이 몸에 배였을 지도 모른다. 

 

거기에 타고난 관심과 집중력이 더 해졌으리라 생각을 한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고 그러면서 우주와 다른행성에서 사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왔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모르면 꿈꿀 수 없다고 했고, 나역시 어린시절 거제도에서 살때는 아이들의 꿈이 대통령 아니면 과학자였다. 대통령은 9시 뉴스 첫 꼭지를 항상 장식했기에 모를 수가 없었고, 그당시 로보트 태권V 같은 만화를 보면 항상 과학자가 나왔기에 그 영향이 컸으리라고 본다. (왜 그 로보트 태권V의 훈이가 꿈이 안되었는지는 모를일이다). 울산으로 전학 온 후에도 선생님이 비슷한 질문을 했는데 그때 잊지 못하는 한 친구의 말 "외교관". 아마도 태어나서 그 단어를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뜻은 몰랐지만 멋있게 들렸다. 그렇다. 사실 알지 못하면 꿈을 꿀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정부가 창업에 대해서 단기적 성과를 위한 투자의 영역보다는 이런 기반이 되는 곳에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을 한다. Mariana Mazzucano 교수의 The Entrepreneurial State을 보면 정부는 민간이 하지 않는 영역에 투자를 해야한다고 나와 있다. 최근 기사를 살펴보면 '유니콘 XX개를 위해서 XXX억원을 투자한다'는 식의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스타트업 자체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부분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지만, 너무 많은 투자로 인해 오히려 스타트업이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경쟁력있는 성장을 이루기 보다는 오히려 보조금을 통한 "쉬운" 성장의 루트를 타는게 아닌가 우려되고, 결국 그것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한국의 교육적 특수성을 살펴볼때 대학교 전에 누군가가 아주 다양한 경험을 하기는 쉽지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초중고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씨앗을 뿌리는 일에 정부가 더 투자를 해야한다고 본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정말 진짜의 것들을 접할 일들이 많다. 시골에 있지만, 이곳에서 직접 Airshow 같은 기회를 통해서 비행기, 헬리콥터를 직접 타보고 조종석에 앉아보고 군인들과 조정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런 실제의 경험들은 그 아이들이 자신만의 꿈을 꾸게 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나 역시 나이 40이 되어서야 미국에 와서 실제 로켓이 발사하는 장면을 눈으로 직접 봤을때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실제의 경험들이 쌓여서 자신 들의 꿈을 만들어 가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아마 엘론도 그 당시에는 몰랐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화를 보며 우주로 나가는 꿈을 꾸고, 백과사전을 보고 자료를 찾아보며 직접 추진체를 만들어서 실험해보는 경험을 어린 시절부터 할 수 있었기에 자신의 꿈을 잊지 않고 발전 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부모로써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팟캐스트 조강의 4cents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많은 창업자, 투자자 들의 부모님이 자신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 혹은 다른말로 방치 했던 것은 자신이 그 꿈을 지속적으로 키워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부지불식간 찾아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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