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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를 꽤나 오래전에 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이자 사실 이 시리즈를 써보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에 하나는 아무것도 배경이 없는 기업이 어떻게 발사체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냐는 것이었다. 비 전공자 입장에서 막연히 생각해 봐도 굉장히 Technology and capital intensive한 산업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아울러 정부의 규제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며, 이 모든 난관을 겪고 발사체를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자칫 조그마한 실수하나가 엄청난 돈과 노력으로 만든 로켓을 한낯 한번의 큰 불꽃놀이로 날려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lon Musk의 전기를 읽으면서도 사실 이 부분이 제일 궁금했고,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했다. 전 편에서 LA로 이동을 하면서 접하게된 로켓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 있는데, Elon 역시 그와 동시에 우주에 관련된 모임에 들어가게 된다. 일단 뛰어들어야 그것이 허왕된 목표라고 할지라도 무엇인가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가장 처음 관심을 가진 커뮤니티는 Mars Society라는 곳인데, 1998년에 Dr. Robert Zublin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로, 우주에 미쳐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름 그 목표가 화성 탐사와 정착이었다.

 

*하나 재미있는 부분이 이러한 특정 목적으로 한 비영리 단체가 미국의 경우 굉장히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단순히 동아리 모임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아주 다양한 주제에 이러한 비영리 단체가 굉장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비영리 단체는 극소수의 상근직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부나 자원봉사활동으로 진행이 되는데, 내가 항상 강조하고 있는 일종의 side project인 셈이다.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 근무시간에 대한 탄력성이 크고 Work-life balance (워라벨)이 높은 관계로 이러한 형태의 조직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Elon Musk는 이곳에 바로 5,000 달러를 기부하면서 소위 핵인싸 중에 한 명이 된다. 그들이 하고자하는 프로젝트에 바로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이사회에 참여하게 되고, 화성 정착을 위한 연구기지 개발에 10만불을 기부하였다. 그렇게 바로 이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Elon Musk가 보기에는 이들의 계획이 "실천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재단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Life to Mars Foundation' 간혹 이들의 이름을 보면 너무 직관적이어서 혀를 두를때가 종종 있는데, Life to Mars라니..

 

이 재단을 설립하고, 이미 Mars society라는 곳에서 핵인싸로 인식이 되어 있었기에 Life to Mars Foundation에는 우주에 관심이 있는 화려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화성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우주 탐험을 위한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때가 대략 2001년,

 

개인적인 생각으로 SpaceX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 아닌가 하는데, 이 본격 우주 탐험을 위해서 Elon Musk는 러시아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사들이려는 시도를 한다 - 그 똘끼에 찬사를 보낸다 -. 이는 어떻게 보면 소위 운때가 좋았다고 할 수 있는데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는 우주 및 로켓 기술을 외부에 판매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당시 국가간 위성거래를 하곤 했던 Jim Cantrell에게 연락을 하여 러시아를 몇 번 찾아간다. Elon Musk는 ICBM을 개조하여 우주 발사용 로켓으로 쓸 작정이었다. (이때가 2001년이고 한국의 나로호도 마찬가지도 러시아와 2001년에 발사체 관련 계약을 진행한다). 만일 소련이 붕괴되지 않았다면, 이 시도는 해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2002년 러시아와의 계약이 틀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Elon Musk는 (내 생각으로 홧김에) 그럼 내가 직접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만큼 행동이 앞서는 Elon Musk는 구체적인 자금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직접 하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에는 물론 Paypal이 Ebay에 1.5 Billion에 팔리는 타이밍도, 로켓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Jim Cantrell이 소개해준 Tom Muller를 알고 있어 그의 결정에 당연히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2002년 6월 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가 1310 Grand Avenue, El Segundo, CA의 창고를 빌려 시작하게 된다. 

 

 

이 과정을 보면서 일단 생각과 동시에 행동하는 그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과정인 것 같다. 창업 생태계에서 아주 많이 이야기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디어는 많다. 문제는 실행이다."라고 하는데 사실 이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자체도 무모할 뿐더러 방법도 많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백만장자이고, 우주에 관심이 많으며, 이를 위해 LA로 이주를 해서, 로켓관련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그들과 교류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본다. 

 

특히, ICBM을 개조하여 우주 발사체로 쓰겠다는 상상과, 소련의 붕괴로 몇몇 러시아의 업체들이 상업용 발사체를 외부에 판매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직접 러시아로 몇 번을 날라가 구매를 하려고 했다는 자체가 그의 실행력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다. (물론 책에서는 그 과정에서 많은 친구들이 쓸데없이 돈만 날리는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반대를 많이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Elon Musk에 비할 수는 없지만, 큰 목표를 걸어두고 막연히 하는 것보다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작은 Milestone을 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은 나 역시 경험을 한 바이기에 이 대목이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하다보면 주변의 것들이 나를 위해서 변화를 해줄때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행운"이라는 것이리라. 경영학 박사과정을 하면서 흥미로웠던 이론 중에 하나가 "행운(Luck)"이었는데, 처음에는 이것도 이론이 되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Elon Musk의 이야기를 보면서 만일 그가 더 과거에 이러한 생각을 수행하려고 했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수 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는 타이밍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을까 (관련 논문: Strategic Factor Markets: Expectations, Luck, and Business Strategy (1986), Management Science, 32(10), pp.1231-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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