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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론 중에 Agglomeration economy 라는 것이 있다. 이는 사람이나 회사가 지리적으로 모여 있으면서(Clustered) 발생하는 경제적 효용을 설명하는 이론인데, 이 이론에서 설명하는 하나의 관점은 지식의 확산(Knowledge spillover)이다. 사람이나 회사가 모여있음으로 자연스럽게 지식이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이동하면서 전체적인 Cluster의 지식수준을 높여준다는 것인데 (https://www.nber.org/chapters/c7977.pdf), Elon Musk가 Paypal 이후 우주에 관심을 가짐에 따라서 Silicon Valley에 살다가 Los Angeles로 옮긴 것도 조금더 우주 커뮤니티에 가까이 가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LA는 오래전 부터 안정적인 기후로 인해서 많은 항공우주 관련 산업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Lockheed Aircraft Company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1926년 Allan Loughead, John Northrop, Kenneth Kay와 Fred Keeler가 설립했는데 (Loughead의 발음 상 문제로 인해 Lockheed로 성을 바꿈), Hollywood에 위치하였다. 이와, 나중에 Boeing으로 합병이 되는 Douglas Aircraft Company 또한 1921년에 Santa Monica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이외에도 Huges Aircraft 또한 1932년에 Glendale, CA에서 설립되었고, NASA의 JPL(Jet Propulsion Laboratory) 또한 1936년에 Pasadena에서 설립이 된다. 즉 LA를 중심으로 다양한 항공 우주 회사들이 밀집해 있었다. LA에 몰린 이유가 항공 우주기술의 시험을 위해서는 기후 뿐만 아니라 넓은 시험 공간이 필요한데 LA에서 약 160여 km 정도 거리에 그것이 가능한 Mojave 사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LA에 많은 항공 우주분야의 기업들이 몰려 있었으니 자연스레 로켓 등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동호회 활동이 활발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Reaction Research Society, RRS 이고 이곳 회원들은 Mojave 사막에서 그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로켓을 시험을 했는데, 그 중에 한명이 나중에 SpaceX의 공동 창업자 중에 한명인 Tom Muller이다. 어떻게 보면 Tom은 아이다호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로켓 천재의 느낌이 있는데 이 Tom이 SpaceX의 초기 로켓 모델인 Falcon 1을 만든다. 

 

Tom Muller (source: https://www.cnbc.com/2019/01/25/tom-mueller-spacex-cto-who-makes-elon-musks-rockets-fly.html)

이들의 만남이 어떻게 보면 운명 같을 수도 있는데, 2002년 1월 Tom Muller는 친구인 John Garvey의 공장에서 로켓을 만들고 있었는데, 당시 Elon이 러시아의 ICBM을 사려고 할 때 알게된 Jim Cantrell이 John의 공장에서 Tom이 직접 설계한 액체연료 로켓을 보라고 추천을 한 것이다. 아무리 LA라고 하지만 아마추어 멤버로 더군다나 탁월한 성과를 나타낸 Tom을 모를리가 없었으리라.

 

그렇게 2002년 6월 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SpaceX)는 LA의 작은 El Segundo의 작은 창고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JPL에 가까운 곳으로 아무래도 항공우주 관련된 인원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었을 것이다. 본인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이곳은 새롭게 우주항공 분야에 뛰어 들려고 하는 좋은 Community를 가진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Liability of newness와 Liability of smallness (새롭고 작은 기업의 한계)로 인해 아무래도 훌륭한 인원을 확보하는게 우선 이라고 생각한다. 팟캐스트 조강의 4cents(http://www.podbbang.com/ch/1770225)를 진행하며 인터뷰했던 많은 투자자 역시 창업기업의 팀 그리고 사람이 가장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라고 공통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는 비지니스 모델은 실패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창업가는 변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 인터뷰 했던 클래스 101(https://class101.net/)의 사례나 김우중 심사역이 언급했던 플레이팅 (https://plating.co.kr/) 역시 초기 비지니스 모델이 거의 망해가다 싶다가 다시 피봇팅 하여 다시 극적으로 살아난 경우이다. 

 

하지만 이러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은 단순히 지방정부의 노력이나 한두 기업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에서 많은 금액을 창업기업에 지원한다고 하고 언제까지 몇 개의 유니콘 기업을 만든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물론 단기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여 그런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비관적이긴 하다), 보다 근본적인 토대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하지 않을까 항상 생각한다. 

 

팟캐스트에서 두번째 인터뷰이 였던 Robolink (https://www.robolink.com/)의 홍한솔 대표도 San Diego 지역에 로봇관련 커뮤니티를 정기적으로 열어서 로봇관련 스타트업은 물론 로봇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 하고 있다고 해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Qualcomm이라는 대기업이 지역 사회를 도와주는 영향도 있을 것이고,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 San Diego State University 같은 좋은 학교에서 훌륭한 학생들이 지역사회로 끊임없이 배출되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지방정부의 노력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국이 Main job에 너무나 매몰되어 있다면 이러한 전문가에 가까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Side project의 장을 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런 여유 안에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활동을 하고 자신들의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일부러 이벤트를 만들지 않고도 자연스레 hands-on experience를 얻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오늘 (2020년 1월 29일) SpaceX에서는 또 한차례 성공적인 Starlink 발사 임무를 성공하였고, 더욱이 위성을 보호하기 위해 덮는 외부 덮개 (Fairing)를 그물이 달린 배로 잡았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882&v=1KmBDCiL7MU&feature=emb_logo). LA가 이제 명실상부한 항공우주의 메카가 되었듯이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했지만), 이제는 우리도 일시적인 지역 축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양한 커뮤니티가 생길 수 있게 도움을 주고 그 튼튼한 가반위에서 자연스레 좋은 아이디어들이 싹틀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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