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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이야기를 나눈 바 있지만, Academia에는 Tenure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인정하는 교육과 연구의 자질을 갖춘 교수(혹은 연구자)에게 정년을 보장해 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영광스럽게도 최근 그 결과를 받아들어서 그 과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학교에 깊숙히 들어와 있지 않은 분들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모든 사람을 '교수'로 통칭하는데 사실 그 교수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굉장히 그 분류가 많다). 그러나 간단하게 분류하자면 교수를 Tenure-track(정년 심사를 통해서 정년을 받게 되는) 교수와 그렇지 않은 교수(비정년트랙으로 통칭 - Adjuct를 비롯하여, 연구교수, 기금교수, 산학협력교수 등 필자 조차도 다 모를 정도의 이름을 가진)로 나눌 수 있다. 그 큰 차이라고 한다면 'Tenure(정년 이하 Tenure라고 부르겠다. 한국의 정년 개념과는 약간 다른듯 해서)' "심사"를 받을 수 없느냐 이다. 즉 비정년 트랙(Non-tenure Track - 위에서 언급한 '그렇지 않은 교수' 통칭)의 경우 정년심사를 받을 수 없는 교수를 의미한다. 간단하게 두 가지의 다른 길이 있다고 보면 된다. 비정년 트랙의 경우는 계약(및 재계약)을 통해서 주어진 형태의 일을 하게 된다. 

 

Tenure-track faculty로 학교에 임용이 된 경우에는 (미국의 경우) 보통 6년의 시간을 준다. 이를 tenure clock이라고 하는데 임용이 되자 마자 Tenure clock이 틱톡거리면서 가게 된다. 6년이 끝나면 그동안 했던 모든 일들을 정리해서 Tenure review package를 만들어 제출을 하게 되고, 이 Package는 Promotion&Tenure Committee (P&T Committee - 학교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를 수 있음)를 통해서 심사를 받게 되고, 그 결과가 학과장->학장의 추천서와 더해서 부총장(Provost)에게 보고가 되고, 최종적으로 부총장이 총장(President)에게 Tenure 추천을 의뢰하여 결과가 나오는 형태를 취한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package submission부터 최종 총장의 Letter를 받기 까지 나의 경우 대략 2달의 시간이 걸렸다. 

 

Tenure package는 대게 비슷한 형식을 띄는데, 크게 연구, 교육, 서비스의 분야에서 심사 기간동안 수행한 자신의 성과를 정리를 하여 포함시키게 된다. 연구의 경우 학회 발표, 참석 등을 포함하나 제일 중요한 것은 논문 실적이다. 논문 실적의 경우는 학교마다 내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서, R1이라고 부르는 연구중심의 학교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미국 학교들 - Stanford, MIT, UPenn ...)의 경우는 각 분야의 Top journal 3~5개에 출판을 해야만 그 실적을 인정해 주고 학교마다 다르지만 3개에서 5개 정도의 논문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게 사실 쉽지가 않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경영학 Top Journal의 경우는 심사 및 재수정이 4~5번씩 돌아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제출부터 심사완료까지 기간이 2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Tenure clock 안에 top journal에 3개 이상을 출판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사실 임용이 되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지만, 월급만 많아질 뿐 (사실 훨씬!! 많아진다) 그 부담 및 업무 분량은 박사과정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농담삼아서 Assistant Professor 1년차 2년차 3년차 .. 를 (보통 박사과정을 5년 안에 끝냄으로) 박사과정 6년차, 7년차, 8년차 ...라고 부르기도 한다. R1 스쿨을 제외한 Balanced School(교육과 연구가 잘 균형 잡혔다고 해서)의 경우나 Teaching School (교육 중심의 학교들)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폭넓은 저널을 인정해 (물론 Impact factor나 각 저널의 질을 따진다) 주기에 R1 학교들 보다는 부담이 적다.

 

교육의 경우는 수업의 질을 의미하는데, 아무래도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다. 물론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의무가 아닌 학교의 경우에는 보통 불평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주로 평가에 참여하기에 점수 자체가 가지는 약점 또한 P&T Committee 에서 알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강의 평가를 숫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지난 과정 동안 학생들이 일관성 있는 불평을 하는지 (이는 교수가 학생들의 불평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의미임으로), 아주 기본적인 준비가 소홀하는지 등의 큰 문제점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수업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고 교수가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노력을 하는지가 주요한 요소가 된다. 보통 R1 스쿨의 경우는 학기당 1.5개 정도의 티칭을 하고, 교육 중심으로 갈수록 3개 혹은 많게는 4개의 수업을 매 학기 마다 하게 된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R1의 경우는 수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에 아주 Top journal에 출판을 하게될 연구를 요구하게 되고, 교육 중심으로 가면 수업이 많아서 수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연구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게 된다. 소위 Balanced School이나 Teaching School의 경우는 교육에 대해 평가 방점을 두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한다. 저자의 경우 첫번째 학기에 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하는 강의에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강의평가가 아주 안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평가 마지막 학기의 경우 학과에서 최고의 강의 평가를 받아서 그 부분이 P&T Committee에서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서비스의 경우, Teaching 으로 갈수록 아무래도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임용이 된 교수들이라도 어느정도의 부담은 있게 마련이다. 저자가 있는 학교의 경우에는 Faculty handbook에 Tenure심사에서 서비스를 딱히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학과에서 필요한 일들을 적정한 선에서 도와준다면 서비스가 발목을 잡는 경우는 드물다. 

 

이외에 주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학교행사(입학식, 졸업식, 교수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학교에 얼굴을 자주 비치는지 (좀 웃긴 부분인데, 좀 멀리서 사는 교수들의 경우는 수업을 제외하고는 학교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음) 등의 Impression management가 필요하다.

 

저자의 경우 원래 계약 당시에는 6년째 Tenure심사를 받는 것으로 계약을 했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자리를 옮기는거라 불확실성이 높고 학교의 평가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었기에 구지 Tenure Clock을 당겨서 계약을 하게 되어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했다. 아 그리고 정년을 받지 못한 경우는 (미국에서는) 학교를 떠나야 하기에 더더욱 부담감이 있었다. 다행히 임용 이후에 연구 성과가 잘 나오고 교육의 경우도 첫 학기에 낮은 강의 평가를 점차 회복하는 긍정적인 방향을 보이기에 학과장과 이야기를 나눠서 Tenure Clock을 2년 당겨서 진행하자고 이야기를 나눴고, 지난 학교의 교육/활동 경력을 인정해 주어 P&T Committee~부총장까지의 승인을 얻어 이번에 Tenure 심사를 올리게 되었다. 

 

저자가 근무하는 Salisbury University의 경우에는 작년부터 Tenure 심사에 Digital화를 추진하여 예전처럼 큰 바인더로 묶인 Tenure package를 제출할 필요가 없이 바로 그동안 했던 논문실적들, 학회참여 실적들, 각종 수업에 대한 강의계획서, 학생들의 강의평가 등이 일부 자동으로 입력이 되거나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Upload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인상적인 것은 P&T Committee로부터, 학과장, 학장, 부총장에 이르기 까지 각 평가과정 및 결과 Letter를 심사요구자가 단계별로 보고 혹시 이의를 제기할 사항이 있으면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행히 나의 경우는 별 문제는 없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난 12월 17일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의 마무리를 뜻깊게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박사과정을 포함하여 10년이 넘는 노력의 결과를 받아들게 되어 감동적인 순간이자, 이제 편안하게 내가 원하는 연구와 일을 하면서 가족들과의 안정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더 컸다. 물론 개인적으로 Tenure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반기지 않은 편이다. 원래 Tenure의 취지 자체가 권력이나 외부 영향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하게 과학적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개진하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Tenure를 받았던 말았던간에 그리 강단있게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 같고 학교에서 이를 빌미로 젊은 주니어 교수들의 목숨줄을 쥐고 권력화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모든 학교가 다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위해서 긴 시간동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에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그리고 코로나로 우울했던 2020년을 그래도 기쁜 소식으로 마무리를 했다는 의미에서 독자들과 정보와 기쁨을 나누고 싶어 정리해 보았다. 다만, 학교마다 그 평가방법이나 구체적인 내용의 경우 다를 수 있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음을 다시한번 말씀드린다.

 

올 한해 본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고 구독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2021년에는 코로나 없는 희망찬 새해로 만나뵙길 기대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aryland에서 강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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