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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달리 표현하기 보다, 백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하는 일들을 우리는 지금 경험을 하고 있고, 전 세계, 국가, 조직, 개인들이 아마도 이만큼이나마 Unprecedented (전례없는) 라는 단어를 잊지 못할 정도로 자주 쓰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이 사태가 장기화가 되고 우리 인류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인지 많은 우려와 함께 희망찬 기대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조직이 다 그렇겠지만, 상당한 충격을 받은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대학이다. 미국의 경우 학기제(Semester)를 시행하는 경우는 짧은 겨울방학으로 1월 마지막주부터 수업이 진행이 되어 중간 봄방학이 될 때 즈음 사태가 심각해져, 처음에는 봄방학을 마치고 2주 정도 여유를 두고 개강을 하자고 (그전까지는 온라인 수업) 시작을 했으나, 알다시피 2020년 봄학기 후반기는 전부 온라인 수업으로 이루어진 상태이다. 한국의 경우 3월 개강이 한참 피크를 칠 때라 개강을 늦추다 온라인으로 변화하여 지금 2020년 1학기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급작스런 온라인으로 변화를 시도하다보니, 준비가 안되었다던지, 시스템이 다운된다던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학생들이 환불을 요청하고, 불만을 나타내는 기사를 본 적이 있고, 또 이렇게 '전례없는' 사태를 이해를 해달라고 하는 대학의 입장, 학생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나에게는 또다른 아주 '전례없는' 경험이었는데, 학교마다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이 과정을 겪으면서 한결 더 든든한 마음을 가지게 된 Salisbury University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처음 중국과 한국에서 사례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전체 미국이 그러했듯이 강건너 불구경 같은 느낌이었다. 간혹 세계 뉴스에 관심이 있는 동료교수들이 방문 앞을 지나갈 때 "너의 식구는 잘지내냐?" "별일없지?" 같은 안부를 묻곤 했고, 나역시 약간의 긴장감은 있었으나 사실 별 다른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도 사실이었다. 봄 방학을 맞이 할때 얼마전부터 미국의 사례가 증가속도가 빨라졌고, 봄 방학에 대한 논의가 학교내부 그리고 University System of Maryland 전체적으로 협의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단 봄방학이후 2주 동안 캠퍼스를 닫기로 하고 학생들에게 관련하여 짐을 미리 준비하라는 공지가 먼저 나갔었고, 이 과정에서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변화가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 이후 2주에 대한 온라인 강의 준비가 봄방학 기간 동안 진행이 되었고, 곧 나머지 학기가 전면적으로 온라인화 되면서 가속화 되었다.

 

학교에서는 ID&D (Instructional Design and Delivery)라고 한국에서는 교수학습지원센터 (Center for Teaching and Learning)로 알려진 조직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수업의 온라인화를 지원하고 있었고, 지금 내가 있는 Perdue School은 온라인으로 MBA가 진행이 기존에 되어 왔던터라 또 이것을 지원하는 스탭이 따로 교수들의 온라인 화를 지원하였다. 

 

그때부터 매주 Zoom을 통하여 전체 교수 회의를 진행하였고, 이런 전례없는 수업의 온라인화에 그럭저럭 잘 따라온 교수들도 많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수를 위해서 Best Practice나 Lessons learned를 공유하는 장이 펼쳐졌고, 놀랍게도 매주 거의 80% 이상의 교수들이 미팅에 참여하여 논의에 참여를 하였다. 다양한 주제가 나눠졌지만 대부분의 주제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학습의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학교 또한 이러한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 노트북이 없는 학생들에게 크롬북을 지원해 주기도 하고, 학교 주차장의 와이파이를 설치하여 인터넷 접속이 잘 안되는 학생들이 차안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으며, 학생들에게 Pass / Non pass의 성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주기도 하고, 내부적으로 이 상황을 되도록 함께 이겨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인상적이 었다. 특히 오늘 같은 경우는 한 교수님께서는 아마 학생들의 가족이 코로나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실제로 내 수업의 한 학생의 경우 할머님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정적으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교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서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교수들도 온라인화 하면서 힘든 상황이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근무시간이 따로 없는 상황이 되는 경우도 많았고, 가족을 지켜야하거나 나의 경우처럼 신분이 불안함 (영주권 등의 절차가 미뤄짐)이 있는 경우도 사실이었다. 거기다가 학생들에게는 또 학생들 상황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그래서 매주 만나는 전체 교수회의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듣고 공유하면서 서로가 또 의지하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왔던 것 같다. 특히, 산전수전을 다겪어본 노교수님들이 솔선수범해서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청하라고 주니어 교수들에게 이야기를 나눠주는 모습도 보기가 좋았다. 

 

나역시 Associate Chair로써 학생들의 각종 드라마틱한 상황에 가끔은 짜증이 나고, 힘들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이 나도 모르게 표출할 때 마다 Chair 교수님을 비롯한 다른 노교수님들이 이메일을 보낸다던지 전화를 한다던지 해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하는 모습에서 누군가가 뒤에서 서포트를 든든히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마지막 전체 교수 회의를 했는데, 지금까지 버텨온 상황과 아직까지 잘 보이지 않는 앞날, 그렇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 그리고 학생들이 가장 즐거워해야할 시기에 오히려 큰 고통을 받는 모습이 짠해서 그랬던지 감정이 북받쳐 올라 Dean이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해마다 평가를 받아보면, 평가는 참으로 냉정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항상 발전을 향하는 커멘트임에는 분명하고,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고 공유하는 모습에서 오늘 따라 큰 소속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 짧은 시간에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정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동지애를 느낀다고나 할까. 학교의 명성이나 크기나 다른 학교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내부 문화가 사람을 한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고, 또 그것이 어려운 시기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마치 스타트업들이 매일 겪는 일처럼 말이다. 

 

오늘은 학교와 우리 스쿨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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