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15편을 써오면서 공부에 대해 상당히 강조를 해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박사과정은 공부가 주된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어떻게 1년 365일 24시간을 공부만 하겠는가? 아울러 그렇게 어렵게 박사과정을 왔으니 '나는 공부만 해야지'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공부가 주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왕 새로운 문화를 가진 미국에 온 거 주변을 둘러보고 그 미국을 경험하는 것이 긴 박사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글을 쓰다보니, 공부에 파묻혀서 사는 것처럼 나왔는데 (사실 나도 자각을 못했음), 글을 쓰려고 사진을 검색하다 보니 첫해부터 엄청 돌아다닌 걸 알게 되었다. 아! 그래서 더 힘들었구나.. 이번 편은 사진이 좀 많을 것 같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미국에 와서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자연이었고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산과 길이 었다. 아무래도 과정 자체가 긴 관계로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을 죽 다시 정리하다 보니 정말 머리가 장난이 아닌데, 사실 미국 미용실에 가서 자를 수도 있었는데 왠지 모를 불안함 마음에 (그리고 돈도 아낄 겸) 그냥 내버려두었더니 본의 아니게 70년대 장발족이 되어 버렸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Upstate NY은 자연환경이 참 좋다. Troy에서 약 40분 정도 북쪽으로 운전해 가면 Saratoga Springs가 있는데 여름 휴양도시라고 보면된다. 여기에는 Saratoga Performing Arts Center가 있는데 이곳이 여름에는 Philadelphia Orchestra가 공연을 하는데, 나는 클래식 음악을 많이 접해 보지는 못했지만 오케스트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거기서 20분 정도 더 올라가면 Lake George라고 있는데 이곳도 참 아름다운 호수이다. 이곳에 종종 가서 자연을 보면서 상쾌한 숨을 내쉬곤 했다. 이 뉴욕 북부는 The Adirondack Mountains (애디론댁 산맥, https://visitadirondacks.com/)은 미국본토 (하와이, 알래스카 제외)에서 가장 큰 주립공원이라고 하는데 자연환경이 참 아름답다.
그러던 중, 기계연구원에서 같이 근무했던 성균 씨가 동부로 출장을 왔다기에 급 번개를 하기로 한다. 기차를 타고 알바니로 온 그 친구가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우리를 찾아온 손님이었다. 새로운 손님이라 우리는 보스턴과 로드아일랜드를 한 바퀴 도는 급 여행을 가기로 한다. Troy (Albany 포함)는 그 자체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동쪽으로 2시간 30분 정도면 보스턴에 갈 수 있고, 남쪽으로 2시간 30분 정도 가면 뉴욕, 서쪽으로 4시간을 가면 나이아가라 폭포, 북쪽으로 3시간 가면 캐나다 몬트리올을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손님이 온 김에 동쪽 도시를 짧게 한 바퀴를 돌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보스턴은 참 좋은 기억이 있는 도시이고 여름에 가보긴 했지만, 겨울에 보스턴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다만 엄청 추웠던 억이.
아무래도 박사과정에 있고, 그 친구도 공부에 관심이 있어 하바드를 한바퀴 돌기로 한다.
Troy에서 동쪽으로 1시간여를 달려가면 메사추세츠 주를 넘어가게 되는데 그곳에 Williamstown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사실 이 도시를 많은 분들이 알기는 어려울 것이고 알만큼 큰 도시도 아니다. 이 도시에는 우리는 잘 모르지만 아주 유명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Williams College이다. 나도 잘 몰랐었는데 Williams College는 1793년에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좋은 private liberal arts college이다 (https://www.usnews.com/best-colleges/rankings/national-liberal-arts-colleges). 년간 학비가 $57,000 이 넘어가는 학교이다. 한국에는 liberal arts college라는게 다소 생소하지만 교수-학생수의 비율이 아주 낮고 (Williams College의 경우 1:7 정도의 비율이다), 몇몇 전공에 집중하면서 교육에 집중하는 형태의 대학이다. (Williams college는 arts and humanities, social sciences, and science and mathematics의 3개의 전공이 있음). 일반적으로 재력이 있는 집의 아이들이 이곳을 통해서 기본기를 쌓은 후에 대학원을 진학하는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교수/학생 비율이 낮고 학교 자체가 교육에 집중하다 보니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한다. 이렇게 좋은 학교가 있다 보니, 이곳에는 괜찮은 미술관이 하나 있는데 The Clark이라고 하는 미술관이 있다. 간혹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길 좋아했다.
2010년 봄, 기계연구원의 이준희 박사님이 포닥으로 필라델피아에 오셨다고 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Troy에서 필라델피아까지 운전해서 내려가기로 한다. 필라델피아는 사실 나는 잘 몰랐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록키 영화를 찍은 무대이기도 했고, 미국의 3대 미술관 중에 하나라고 하는 필라델피아 뮤지엄이 있다. 아울러 어디가서든 맛볼 수 있는 필리스테이크의 원조이기도 하다. 이 박사님은 우리에게 안방을 내어주시기도 하고 항상 훈훈한 얼굴로 맞이 해주는 형님. 나중에 Albany도 오셨었다. 외국에 있으면 누구든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또 갑자기 필라델피아로 짧은 여행 돌아오는 길에 뉴저지에서 잠시 들렀던 프린스턴..
사실 일년동안 보스턴, 필라델피아, 보스턴, 로드아일랜드, 뉴욕, 버지니아 등 많이도 다녔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미국에 와서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는 멍하니 자연환경을 보며 운전을 하는 것이라. 이렇게 기회가 될 때마다 여행을 다녔다. 어디로 가던 주변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큰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Troy에서도 틈틈이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친구도 가족도 없으니 시간이 될때마다 조촐하게 음식을 차려서 나눠먹기도 하고,
Troy에는 Troy Savings Bank Music Hall이라는 유명한 건물이 있다 (https://www.troymusichall.org/visit/about/). 1871-75년까지 건축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건물이 건축과 음향적으로 의미가 상당히 있다고 한다 - 전공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아주 유명한 분들이 가끔 와서 연주를 하곤 한다.
다음에 봄이 되고 여름이 다가오자, 녹음이 드리워지고 The Adirondack Moutains을 접하고 있는 Troy는 주변에 갈만한 공원이 많이 있다 그래서 동기 유학생들(가족)과 함께 바비큐의 시즌이 시작되고 주말이면 맥주 한잔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그리고 Saratoga Springs에서 Philadelphia Orchestra와 함께 여름을 보낸다.
네.. 이렇게 놀았습니다. 공부만 하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공부만 하겠습니까?
이때 즈음 저희 가족에는 큰 변화가 생기는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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