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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독자들이 이거 갑자기 왠 날씨 타령인가 하실 것 같다. 

 

UNIST에 있으면서 제법 많은 학생들이 유학에 대해서 상담을 요청해서 해준 적이 있다. 그중에서 학생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어떤 학교를 지원할 것이며, 어느 학교를 가는 것이 좋은가? 하는 질문인데, 아마도 명확한 계층이 나누어져 있는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입시를 준비해 온 학생들이기에 당연히 이를 중요시 여기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고. 

 

유학 관련 FAQ(https://07701.tistory.com/notice/120)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물론 학교의 명성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어느 주립대보다는 Harvard, MIT, Stanford를 다닌다면 주변에도 그렇고 스스로도 동기부여가 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저 학교들 다니고 싶다 - 어드미션을 받는다면 일단 먼저 축하드리고 열심히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자신의 명확한 연구분야와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당연한 이야기 리라 생각한다.) 물론, 자신과 오랜시간 동고동락할 지도교수도 아주 중요하다 (지도교수는 나중에 별도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인간이 어떠한 과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모형 중에 ELM(Elaboration Likelihood Model, 정교화가능성모델)이 있는데, 이 모형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심 경로(Central route)나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를 고려한다고 하는데 중심 경로는 높은 정교화 과정을 통하고 (심사숙고할 만한 정보), 주변 경로는 비교적 낮은 정교화 과정 (단순히 참조할 만한 정보)를 거친다고 이야기하는데, 학교의 선택에서 학교의 명성, 프로그램, 지도교수, 자신의 관심 연구분야와의 매칭은 중심 경로에 해당하는 정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주변 경로에 포함할 만한 정보는 무엇이 있는지는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간과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학생들(예비 유학생)에게 공통적으로 이야기 했던 것 중에 하나가 '날씨'이다. 한국의 경우 나라가 작기에 약간의 온도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뚜렷한 사계절이 존재하고 물론 미세먼지의 공격은 있는 편이지만 비교적 햇살이 많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북유럽 (영국 포함)을 여행하면 햇살이 나오자마자 온통 잔디밭에서 뒹굴며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어떻게든 햇볕을 피하려고 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든 햇볕을 찾아다니는구나' 라며 그 차이를 신기해하곤 한다. 실제로 학위가 끝날 무렵 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 (DTU)에 방문에서 방문면접 (Campus visit)을 본 적이 있는데, 덴마크는 햇볕을 볼 수 있는 날이 적어서 모든 건물에서 조금이나마 빛을 받기 위해 채광을 엄청 신경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건물 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형태의 건물들이 꽤 멋져 보였던 기억이 있다.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박사과정은 참 외롭고 긴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논문을 읽고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짝이고, 데이터를 돌려서 내가 생각했던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면 정말 짜릿하기도 하지만, 그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다. 마치 동굴에서 수년 동안 마늘과 파를 먹고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치는 느낌이다. 그러기에 감정의 기복이 상당히 심한데, 나의 경우도 마찬 가지였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빠듯한 경제사정에 유학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SNS를 통해서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이 가족들과 휴가를 가서 환한 얼굴로 V 자를 그리며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웃는 사진을 보면서 '아..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일 수다. 그러면서 슬럼프가 오기도 하는데, 날씨까지 우울하다면 기름을 붓는다.

 

Upstate NY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 누누이 강조했던게 '추위를 피하는 방법'이었다. 하나 몰랐던 것이 사람의 체온이 머리로 빠져나간다고 항상 따뜻한 모자를 써서 몸을 따뜻하게 해 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겨울만 되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렇게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닌다. 한국에서는 항상 멋짐과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하기에 모자를 잘 쓰지 않는 편인데 말이다. 물론 Rochester나 Cornell 대학이 위치한 Ithaca, Buffalo 등 Albany보다 북쪽의 경우는 대략 일 년에 5개월 정도는 겨울로 보면 되는데, 내가 있었던 Albany도 상당했다. 대략 11월부터 3월까지는 겨울로 보면 되는데, 개인적으로 추위를 잘 견디는 편이긴 한데, 문제는 햇볕을 보는 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당히 기분도 처지고 우울감이 증폭되는 영향이 있다. 특히, 가족이 있다면 외부 활동이 별로 없는 경우는 상당히 우울감에 빠질 수 있기에 이에 날씨가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준다. 나의 경우는 나중에 집안에 Sunlight lamp 같은걸 사다 놓기도 하였다.

 

캘리포니아나, 조지아, 플로리다와 같은 경우는 햇볕은 좋으나 다른 기후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어디가 꼭 좋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에게 맞는 기후,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도시 vs 시골도 마찬가지 고민이다. 어디가 좋다고 이야기 하기 힘들지만,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서 위치를 정하는 것이 좋다.

 

물론, 어디를 갈지 고민을 하는건 두 군데 이상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을 경우이기에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첫 학기가 끝나지도 않았을 때 부터 눈발은 날렸고, 박사과정 하는 동안 실컷 눈 구경을 했던 듯싶다. 나중에는 좀 즐기긴 했다만, 눈이나 추위보다 저런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면 사람의 감정이 지하실을 파고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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