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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학기가 끝나고 가족이 재 결합을 하니 불안하지만 뭔가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첫 학기가 마무리되고 두 번째 학기는 조금 더 심화된 방법론과 본격적으로 전공분야에 관련된 논문을 세미나 형태로 읽기 시작한다. 수업은 여전히 4개 Doctoral Research Method II, Strategic Management Theory Seminar, IT and Organization Design PhD, 그리고  Seminar in Organization Theory PhD. 이렇게 네 과목을 듣게 되었다. 영어수업을 열심히 들어서 더 이상 영어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2010년 봄학기는 전략, Information system, 조직 이론의 과목들에서 주로 매주 최근 관련된 토픽의 논문 4~5개를 읽고 교수와 함께 토론하는 수업 형식이다. RPI의 경우는 크게 재무와 경영 두 개가 있어 1년 차 2학기부터 바로 절반에 가까운 동기들이 나누어졌다. 그래서 교수 1명과 5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엄청나지 않은가?). 방법론을 제외하고 3과목을 4~5개 논문을 읽어서 summary를 하고 critique을 하는 것이다. 매주 12개 논문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사실 한 개의 논문을 보면 그 논문에서 틀이된 이론이 있는데 일단 이 이론이 이야기하는 바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린다. (이래서 공부도 하던 사람이 잘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하루에 논문 하나를 정리하는데도 버겁다. 

 

예전 블로그 글을 보니 2010년 1월 25일에 학기 시작! 이라고 쓰고 이틀 뒤에 포스팅에서 이렇게 써놨다.

"

바야흐로,
끝내주게,
힘들구만,

^_^;;

"

단지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아마 이때 힘들게 느꼈던 것은 논문을 많이 접해 보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각 분야에서 주가 되는 이론들에 대해서 이해가 거의 전무하니 이를 다른 책을 뒤져보고, 무슨 말인지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리뷰 페이퍼를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주어진 하나의 논문을 위해서 몇 배나 되는 책과 논문을 뒤져봐야 하는 상황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 가설을 읽어 보고, 나는 어떤 가설을 세울 수 있을지 경험에 비추어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고 그걸 정리한 다음, 데이터와 방법론 섹션으로 넘어간다. 일단 이 부분이 이해하기가 힘든데 그래서 방법론 수업을 듣는 것이다. 그래도 수업에서 듣는 거랑 실제 논문에서 쓰는 거랑은 제법 차이가 있어서 거기서 또 많은 시간을 쓰고, 그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고 결과를 도출했는지 읽어 본다. 그리고 결론과 토론 부분을 읽는다. 전체를 읽고 다시 조금 정리를 한다. 이런 사이클을 돌다 보면 하나의 페이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이틀이 넘기도 했다 (배경 지식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힘들긴 했지만, 동기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다. 나도 그랬고, 첫 학기에는 전반적인 내용을 커버하는 반면에 두 번째 수업에서는 각 분야별로 포커스 된 논문을 읽다 보니 아! 하는 부분도 많이 있고, 그걸 비평하다 보면 이런저런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어쩌다 보면 스스로 '아! 대박'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이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조금 더 찾아보면 누군가가 하고 있긴 하다).

 

팁으로 읽은 논문들을 기록해 놓는 노트를 하나 마련하면 좋다. 그리고 각 논문을 도식화시키고 (대부분의 경우 논문이 인과관계를 구명하기에 도식화가 가능해진다. *경영 분야의 경우), 방법론과 측정방법 그리고 여기에 무엇을 더할 수 있을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된다. 또한, 이를 측정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데이터를 어디서 구했고 그 데이터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정리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물론 나도 생각은 했는데 꾸준히 하기 쉽지가 않다).

 

스스로의 상상이겠지만, 자신만의 지식이 아주 크게 성장하는 것 같고 나 스스로도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기 때문에, 참 행복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이것을 실제로 테스트하고 작성을 하려고 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아이디어 내는 건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각 세미나 수업에서는 학기말 페이퍼를 요구하는데 실제로 자신만의 논문을 써보는 것이다. 데이터는 당장 구하기 힘드니 데이터 부분을 제외하고. 그 와중에 IT 세미나 수업에는 예전 연구소 때 설문조사했던 자료가 하나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교수와 이야기를 하였고 고 Ravichandran 교수님이 HICSS (Hawaii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ystem Sciences) 학회에 내보라고 해서 내었는데 결국 2학기가 조금 지나고 다행히 accept을 받았다. 이렇게 이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신의 텀페이퍼를 발전시켜서 자신의 논문 타픽을 정하기도 하고, 이때 대략 지도 교수님도 대략 선정을 하게 된다. 

 

커피와 함께 쌓여있는 읽어야할 논문들

2 학기가 끝나면 (1년 차가) Microeconomics와 Research Method 두 과목으로 Qualifying Exam을 치게 하는데 이게 엄청 스트레스이다. 물론 열심히 하면 된다지만, 시험 범위가 뭐 전체 이런 형식이라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에 그냥 무작정 처음부터 보고, 또 보고 풀어보는 수밖에 없다. 박사과정의 경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이렇게 매년 Filtering을 하는 시험 혹은 연차 페이퍼를 쓰게 한다. 그게 지식의 습득을 확인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듣기에는 박사과정이 긴 과정이기 때문에 맞지 않으면 빨리 나가서 다른 길을 모색하라는 의미에 서라는 이야기를 교수님께 들은 바 있다. 생각해보라 고시에도 장수생들이 있는데 박사과정도 능력이 안되어 막연히 질질 끌 수는 없는 일이니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내가 RPI에 있을 때는 Qualifying Exam으로 1차를 거르고, 2차는 field exam이라고 해서 교수님이 대략 30~40개 정도 되는 논문/책을 주고 이것을 읽고 관련된 자신만의 페이퍼를 발전시키는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둘 다 고통스럽다).

 

학교마다 이 절차를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듣기로는 매년 50% 정도를 탈락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학교 선정을 하실 때 이런 학교의 분위기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이 Qual이 안되어 한국에 돌아가신 분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 어드미션 포스팅을 할 때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만, 그 뒤에는 엄청 큰 산이 있다는 것이다. 입학한다고 다 졸업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내 개략적 생각에 입학에서 졸업까지 성공적으로 되는 경우가 60%가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시험을 위해서 여름 방학 내내 아침에 일어나 도서관에 가고 와이프가 싸주는 도시락 까먹으면서 공부하고 저녁에 잠시 들어와 저녁 먹고 휴식을 취하다 다시 학교로 가서 자정이 넘게 까지 저 두 과목을 풀고 또 푸는 과정을 거쳤다. 뭐 다행히 시험은 패스했지만, 동기 중에 한 친구는 패스하지 못했지만, 학교에서 다행히(?) 내치지는 않았고 방법론을 처음부터 다시 듣게 하여 결국에는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것이 학교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만 아는 학교만의 분위기인데, 직장인에 가족을 데리고 목숨 걸고 오는 분들 같은 경우는 이런 과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통 Qual에서 떨어지거나 하면 다른 학교에 다시 지원해서 박사과정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학교마다 다르지만) 그만큼 만만치 않은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시험을 일주일 앞둔 포스팅에서 그 심정을 엿볼 수 있어서 가져와 본다.

 

"퀄이 이번 주로 다가왔다
며칠 동안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도 뭔가 허전한 이 기분은
인생을 살면서 기백 번은 더쳤을 시험에도 더 심해져만 간다
아마 조금은 부담감 때문일 런지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머리는 멍 몸은 축 쳐져 있다
간신히 오늘 수업 준비를 끝내고 조금 널브러져 있기로 한다"

 

1년차를 마치고 Qualifying exam 치기 전에 동기들 모여서 함께 식사 (시험 전이라 얼굴들이 밝네)

정말 공부 이야기밖에 없네요.. 진짜 공부 열심히 하셨겠어요! 하시겠지만,

다음 편에는 이제 노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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