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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글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말하는 것 (가르치는 것). 이 세 가지가 '교수'라는 직업을 구성하는 3대 요소가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글 쓰기에 크게 취미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다독까지는 아니지만 책 (특히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는 걸 꽤 좋아했고, 방안에 배를 깔고 누워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소설의 전개를 따라가며 흥미 진진해 하는 것이 꽤나 즐거운 소일꺼리 였던 것 같다. 

 

어린시절, 놀 것이 많지 않았던 나는 어머니가 출판사 아주머니에게 얼마에 사신지 모르는 '계몽사 위인전집'을 정말 마르고 닳도록 읽고, 한참을 지나 '계몽사(로 기억하는) 백과사전'을 사주셨는데 사진이 많아서 읽기도 좋았고, 신기한 것들이 많아서 제본이 떨어질 정도로 보고 또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아이들은 정보와 미디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어서 이러한 느낌을 이해 못할 것 같다. 세월이 30년도 더 흘러 박사과정을 할 때 여행삼아 들렸던 Montreal, Quebec, Canada 에서 우연히 보게 된 Habitat 67 (https://en.wikipedia.org/wiki/Habitat_67)을 보고, '어! 저거 어릴때 백과사전에서 본 건물인데?'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올때 그 감동은 아마도 요즘 아이들은 느끼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 그 당시는 잘 몰랐지만, Habitat 67은 1967년에 McGill University 석사였던 Moshe Safdie에 의해서 디자인된 건물. 좀더 찾아보니 이 분이 싱가포르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건물 중에 하나인 Marina Bay Sands 를 디자인 했다고 한다. 헉! 어린 내 눈을 사로잡았던 디자인의 아파트였던걸 보면 대단한 디자이너 임이 틀림이 없다.

 

중학교를 집에서 꽤 먼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가야하는 - 걷기에는 1시간 30분이 족히 걸리는) 신생 중학교로 배정받고, 아버지는 뭐가 마음에 안드셨던지 꽤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셨던 기억이 있다. 돈을 아끼려 두번 갈아타야 하는 버스를 한번은 되도록 걷을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중학생이 겪을 만한 불편한 기억도 많이 생겼지만, 그 버스를 갈아타는 곳이 꽤나 번화한 곳이라 (울산 공업탑 로타리) 지금도 기억에 남는 두 곳의 큰 서점을 들려서 책 냄새를 맡으며 이래저래 돌아다니며 좋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집안 사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중학생이 되자 어머니는 용돈을 조금씩 주셨는데, 처음으로 샀던 책이 마이클 클라이턴 (Michael Crichton)의 그 유명한 '쥬라기공원 (Jurrasic Park)' 이었다. 책 표지에 검은 공룡이 있었고, 그 당시에 잘 보이는 곳이 '나를 사가시오'하면서 누워있던 것을 참지 못하고 데려왔다. 아마도 그 주 주말에 다 읽어 버렸던 걸로 기억한다. 다시금 찾아보니 그 책은 1990년도에 출판이 되었고 - 아마 그 당시에 Whitney Houston과 Michael Bolton의 노래가 레코드점 스피커로 흘러나왔던 것 같다-, 이후 1993년도에 Steven Spielberg가 획기적인 CG기술을 바탕으로 영화화 하였다 - 참고로 그 영화 또한 너무나 보고 싶었기에 결국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홀로 본 영화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 사회생활을 못하지는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대학을 들어가면서 오히려 책과는 거리가 멀었졌던 것 같다. 아마도 비디오 기반의 미디어가 발전했기 때문일 것이고, 그 기술적 흐름+엉망진창의 대학생활이 만나 책과 거리가 멀어졌던 것 같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평생 공부를 하는 직업을 가지긴 했지만, 즐기기 보다는 해야해서 하는 수동적인 독서와 글쓰기가 대부분 이었던 것 같다. 페이스 북 등을 통해서 그냥 일상을 기록하는 정도의 글을 쓰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전문적으로 쓰는 훈련이 스스로 부족한 나에게는 글쓰기는 참으로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조강의 4 cents 팟캐스트 (http://www.podbbang.com/ch/1770225) 를 시작하면서 그 이름을 4 cents (2 cents + 2 cents)로 지은 이유 또한 그 자신감의 결여와 미리 내가 도망갈 길을 만들기 위한 네이밍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팟캐스트의 공동진행자인 쪼박, 조성환 박사님의 이 주의 Pick 추천책인 김민식 PD의 '매일 아침 써봤니?' (http://www.podbbang.com/ch/1770225?e=23141321)와 글쓰기 관련된 책을 찾다가 읽게된 강원국 작가의 '대통령의 글쓰기'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도 글을 쓰는 재미와 다작을 통해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보다 전문적인 글을 쓰는 습관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톤은 완전 다르긴 하지만 두 책에서 강조하는 바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은 자료를 찾고, 이를 잘 정리해서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과정들이 마치 논문을 쓰는 절차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 직업).

 

지금 나는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린 시절 부터 영어를 배운 것도 아니고, 늦게 배운 영어로 대학 수준에서 학문을 전달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어이쿠 이런 내 영어실력 어떡하지?' 라는 푸념을 많이 하기도 하며 '내 학생들이 한편으로는 안됐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는 결코 '영어'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한국어'의 글 읽기, 글 쓰기, 말하기가 안되기 때문에 '영어'의 글 읽기, 글 쓰기, 말하기가 안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앞서 두 책에서 강조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은 자료를 찾고, 이를 잘 정리해서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박사과정 때 그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잠시 쓰다가 페이스 북으로 옮겨가 사장 되었던 이 블로그에 다시금 글을 써보기로 결심하면서, 보다 다양한 글을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은 자료를 찾고, 이를 잘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나만의 방법/노하우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김민식 PD가 '매일 아침 써봤니?' 책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이제는 컨텐츠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중요해지는 시기이고, 내 일이 그 컨텐츠를 만들어 가는 일이니까 말이다.

 

아래는 위에서 언급한 두 책

(*리디북스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건 아니지만 이민자로써 리디북스를 잘 사용하는 사용자로써 리디북스 링크를 하였습니다.)

 

1. 김민식, 매일 아침 써봤니 (https://ridibooks.com/v2/Detail?id=734001475&_s=search&_q=%EB%A7%A4%EC%9D%BC%20%EC%95%84%EC%B9%A8%20%EC%8D%A8%EB%B4%A4%EB%8B%88)

 

2.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https://ridibooks.com/v2/Detail?id=856000065&_s=search&_q=%EB%8C%80%ED%86%B5%EB%A0%B9%EC%9D%98%20%EA%B8%80%EC%93%B0%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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