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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에서 말씀드리는 내용을 일반화할 수는 없으며, 각 학과와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박사과정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포닥을 거쳐) 교수가 되는 과정을 내 구직자로서의 경험과 구인자로서의 경험을 종합하여 단순화하여 이야기해보면, 1) 원서 지원 -> 2) (학회 인터뷰, 경우에 따라 생략될 수 있음) -> 3) 1차 Skype Interview -> 4) Campus visit -> 5) 결과 의 절차를 따른다. 

 

전편에서 이야기를 한 바 있지만, 경영학 분야의 경우에는 보통 이르면 5월 초부터 시작하여 8월 초 AOM 학회가 시작하기 전까지 많은 수의 학교들이 Job posting을 올린다. 1차 Job market 라운드가 열린다고 보면 된다. 보통은 Job market paper라고 하는 본인의 리서치 페이퍼와 현재까지 실적을 정리한 CV, 그리고 추천인(추천서를 미리내는 학교도 있고, 나중에 내는 학교도 있다) 정도가 필요한 준비라고 이해하면 된다. 다른 전공분야와는 달리 경영학 분야는 대부분 포스닥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다 나은 이해를 위해서 몇 가지를 미리 알 필요가 있어 먼저 설명하도록 하겠다.

 

한국 대학 vs 미국 대학

처음 고민했던 것 중에 하나가 한국으로 들어갈 것이냐, 아니면 미국에 남을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특히 가족이 있다면 지원 전에 일단 생각해야 할 것이 한국으로 들어갈 것인가, 미국에 남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물론 장단점은 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한국 대학과 미국 대학에서 원하는 지원자의 프로파일 자체가 다르기도 하고, 미국에서 4~5년을 생활을 하다 보면 대략 나는 미국이 좋다. 아니면 한국이 좋다. 대략 선호하는 지역이 나온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이방인의 삶이 녹록지 않기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가족이 있다면 나는 한국 가는 게 좋고, 가족은 미국에 남는 게 좋다거나 반대의 경우가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이에 대해 미리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유럽 국가나 중동,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교수를 충원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까지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 그에 따라서 준비과정이 조금은 다를 수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나누길 추천드린다. 

 

나의 경우에는 일단 나는 미국이 마음에 들었으나 와이프는 한국에 들어가길 원했다. 그 행복한(?) 고민은 뒤로 미루고 일단 다 지원해 보기로 한다.

 

연구중심대학 vs 티칭 중심대학

지역과 함께 또 고민해봐야 할 것이 연구중심대학이냐 티칭 중심대학이냐라는 것이다. 사실 이것을 명확하게 가르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나의 기준으로는 박사과정의 유무이다. 박사과정이 있다는 것은 그 학생들의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교원이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는 이야기 이므로 연구중심대학이라 볼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대학의 경우는 티칭 중심대학으로 분류한다. 물론 어떤 학교의 경우는 Balanced school이라고 (연구와 교육이 균형 잡힌 학교)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박사과정의 유무와 더불어 한 학기 수업이 2과목 이하인 경우는 연구중심에 가깝고, 3과목일 경우는 Balanced, 4과목 이상일 경우는 교육중심의 학교라는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연구중심이 좋으냐 교육중심이 좋으냐는 사실 그렇게 의미 있는 논의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연구도 필요하고 좋은 교육도 필요하기에 둘 다 의미 있다고 본다. 하지만 보상 차원에서 보면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을 가진 대학들은 연구중심대학에 가깝고 연구에 대한 지원이 풍부하고 교원에 대한 연봉도 높은 편이다. 물론 그에 따라서 높은 수준의 연구결과를 내는 것이 평가의 주된 요소가 되고 그에 따라서 정년이 주어지기에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다. 혹자는 박사과정 6,7,8,9년 차라고 할 만큼 생활에 큰 변화가 없다. 연봉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 외에는. 그에 반해 교육중심의 대학은 좋은 강의평가와 수업의 질 향상을 강조하고, 학생들과의 교류에 대한 서비스 점수가 크다. 또한 교원의 평가에 있어서도 연구보다는 교육이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높기에 정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이나 서비스가 중요하다. 

 

이렇게 학교에 따라서 그 지향점이 다르기에 사실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박사과정들의 경우는 대부분 연구중심의 대학에서 연구중심의 지도교수 아래서 지도를 받기에 연구중심대학에 가는 걸 선호하는 편이긴 한다. 

 

포닥(Post-doc), 정년트랙(Tenure track), 비정년트랙(Non tenure track)

사실 학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교수/학생 정도만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수도 계약 조건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양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겸임교수, 산학협력교수, 명예교수 등등 다양한데 크게 나누어 보면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실 의미상으로는 Retirement (정년)까지 임용을 보장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사실 그 기원을 살펴보면 그 의미가 조금 다름을 알 수 있다. Tenure는 학자가 자신의 권력자나 정부, 혹은 종교에 대립된 의견을 내더라도 자신의 자리에 대한 위협을 받지 않고 의견을 개진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최근에는 오히려 이 제도를 이용하여 하나의 인사권으로 활용하는 듯한 경우를 많이 봐서 개인적으로는 별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제도이긴 하다. 어쨌든 교수의 Job posting을 보면 정년트랙 (Tenure track 혹은 TT)으로 뽑느지 아니면 비정년트랙(Non tenure track, NTT)으로 뽑는지를 명시하고 있는데 정년트랙이라는 것은 Tenure 심사를 받을 수 있는 패스(path)에 있는 자리를 의미하고 비정년트랙이라는 것은 아예 그 기회가 없는 패스를 의미한다. 그래서 비정년트랙의 경우 몇 년 계약인지를 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계에 있지 않은 분들이 생각하는 교수는 정년트랙에 있는 교수를 의미한다. 정년트랙에 들어가면 조교수(Assistant Professor) -> 부교수(Associate Professor) -> 정교수(Full Professor)로 나뉜다. 이 직급과 정년보장의 유무는 별도이긴 하나 일반적으로 연계되어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경우는 부교수 = Tenured (테뉴어 심사에 통과돼 정년이 보장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의 경우는 정교수 = Tenured 가 되는 경우가 많다. 포닥은 말 그대로 박사과정 이후에 교수가 되기 전까지 연구를 하는 신분인데, 보통 공대의 경우는 박사학위를 따고 포닥으로 수년을 연구한 다음에 충분한 실적이 쌓이면 교수로 지원하여 임용이 되는 경우가 많고, 경영학 분야의 경우는 수요공급상 박사학위와 동시에 교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대학에 지원하기

 

1) 지원 준비

경영학 분야로 미국 대학에 지원할 때, 일단 그 지원자의 잠재력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이는 박사과정을 마치지 않았어도, 출판된 논문이 하나도 없어도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에 지원할 때는 대부분의 학교가 ABD(All but dissertation - 졸업 논문에 대한 프로포절은 끝났지만 아직 작업 중이고 1년 안에 졸업 논문 디펜스를 끝낼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태) 정도가 되는 지원자의 지원을 받아주는데, 타과에서 박사과정을 하시는 분은 '응?' 하실 수도 있지만 수요공급의 문제라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할 것이 Primary(주)연구(티칭) 분야와 Secondary(부) 연구(티칭) 분야이다. 최근 경향상 하나 이상의 전공분야를 갖는 걸 선호하는데 학교에서 올려진 잡 포스팅을 보면 "Assistant Professor in Strategic Management"라고 하고 그 포스팅을 자세히 읽어보면 "Secondary areas, such as entreprenuership or international business preferred"라는 식의 표현이 있는 포스팅이 많이 보인다. 최근의 학문분야가 융합되기도 하고 학교 입장에서는 폭넓은 과목을 소화할 수 있는 지원자가 아무래도 좋기에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데 따라서 내가 가장 강한 분야는 어떤 분야가 있고, 거기에 추가해서 확장 가능한 분야가 무엇이 있는지를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프로포절을 끝나고 본격적으로 학교에 지원을 하기 시작하는데, AOM 학회에 포스팅된 학교 중에서 내가 가볼만한 학교를 list up 했다. 일단은 연구중심대학을 위주로 했고, 그 이유는 박사과정 자체가 연구가 그 주된 잡이고 지도교수님도 연구중심대학에 가서 계속해서 논문 작업을 하길 바라시는 점도 있다. 또한 티칭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고, 티칭이 중심이 되려면 당연히 영어가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렇다고 연구중심대학에만 지원하기에는 내 스스로의 실력을 알기에 적어도 학기당 3과목 정도 되는 수업을 하는 Balanced 된 학교도 List up 하였다. 

 

내 전공분야(주/부를 다 고려한)를 바탕으로 List up 된 학교들 중에서 내가 갈만한 곳을 선정하는데 나의 경우는 1차로 그 학교들의 최근에 임용된 Assistant Professor의 출신학교와 실적을 살펴 내가 타깃 할만한 학교를 일단 먼저 골랐고, 그다음에 다른 요소들을 - 날씨, 위치, 한인타운 유무, 직항 편 유무 등 - 고려하였다. 물론 많은 분들이 대도시에 살고 싶고 (아무래도 편리하다) 직항 편이 있는 곳이면 더할 나위 없지만, 우리가 쉽게 알다시피 한국으로의 직항 편이 있는 도시들의 학교들 대부분 엄청 좋은 학교들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3시간 안쪽으로 대도시(한인타운)에 접할 수 있는 곳까지로 그 범위를 넓혀 두었다. 

 

2) 지원

각 학교별로 원하는 deadline이 있기에 가능하면 deadline을 맞추어 지원을 했다. 나중에 학교에 와서 사람을 직접 뽑아보니 Deadline을 맞추는 건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다. Recruiting committee가 모여서 함께 심사를 하기에 deadline이 넘어가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현재 내가 있는 시골 학교도 1명의 교수를 뽑는데 대략 70~100명 정도가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Deadline을 맞추는 것이 좋다. 아울러 대부분은 비슷한 수준과 위치를 가진 학교에 무조건 지원을 하고 보기 때문에 학교 이름이 헷갈리지 않도록 두 번 세 번 검증을 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일이 몰리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 실제로 그런 지원서를 받아본 적이 있음). Cover letter에서부터 지원학교에 대한 관심이 충분히 묻어나게 작성을 해두는 것이 좋다. (내가 지원할 때는 그러지 못했지만, 심사를 해보니 그러하더라...)

 

3) 1차 학회 인터뷰

나의 경우는 그러지 못했지만, 일반적으로 AOM 등의 학회의 Career Center를 통해서 첫 번째 인터뷰를 한다. 학교에 따라서 다르지만, 여기서 1차 스크린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약간 Information session 같은 성격을 가질 수 있다. 학회에서 인터뷰는 가능한 한 많은 지원자들에게 학교에 대해 궁금증을 풀고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간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질문은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 왜 우리 학교를 지원하는가?

2) 본인의 연구분야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3) 티칭 경험은 어떠한가?

4) 서비스 등의 경험이 있는가?

5) 혹시 질문이 있는가?

 

약간의 트윅이 있긴 하지만 대략은 크게 이 정도의 질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질문의 태도나 관심사 혹은 미리 학교나 교수에 대해서 얼마나 조사를 하고 알고 있는지가 사실 첫인상을 각인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잘 봤다고 생각하던 그렇지 못하던 감사의 노트를 인터뷰 후에 남겨주는 게 좋다. 

 

4) 2차 Skype 인터뷰

1차 학회 인터뷰의 경우는 정보전달의 목적이 강했다면 2차 Skype 인터뷰가 실질적인 첫 번째 관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은 1명을 뽑는 경우에 Skype 인터뷰는 대략 3~5 배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대략 30여분의 시간을 주고 미리 시간 약속을 정하는데 가능하면 자신이 사용할 컴퓨터를 세팅을 마쳐놓는 게 좋다. 아울러 요즘은 Skype을 쓰기도 하고 Zoom이라는 것을 쓰기도 하는데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에 조금 미리 알아 놓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화상으로 하는 것이라 소리 음질도 중요하고, 본인의 옷차림이나 (상반신이라도) 뒤에 배경도 신경을 쓰는 걸 추천드린다. (* 사실 미국 사람들은 안 그럴 것 같지만, 내가 면접관으로 참여할 때 몇몇 미국인 커미티 멤버가 상당히 깐깐하게 그럴 부분을 체크하는 걸 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는 누가 함께 인터뷰에 참여할지 알려주기도 하는데 이때는 대략 자신의 관심사와 맞는 교수님을 중심으로 그들의 연구분야, 내용 들을 알아 놓는 게 좋고, 티칭 중심학교의 경우에는 티칭 카탈로그 정도는 봐 두는 게 좋다. 질문은 학회에서 했던 질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학교 분위기에 따라서 압박 형태의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한다. 

 

1) 왜 우리 학교를 지원하는가?

2) 본인의 연구분야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3) 티칭 경험은 어떠한가?

4) 서비스 등의 경험이 있는가?

5) 혹시 질문이 있는가?

 

모든 부분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5번째에서 좋은 질문을 하면 아무래도 면접이 끝난 후에 기억에 남는다. 아울러 이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감사의 노트를 남겨주는 것이 좋다.

 

5) Campus visit 

지금까지 과정도 사실 진 빠지는데 최고봉인 Campus visit이 남았다. Skype 인터뷰에서 대략 2~3 배수 정도의 인원을 선정하여 Campus visit을 하는데, Skype 인터뷰가 끝나면 얼마 후 Campus visit을 위한 후보 날자를 주면서 그에 필요한 일정을 조율한다. 이때 Committee chair나 Admin이 도움을 주는데 일정은 그대로 정하면 되고, 나의 경우에는 항상 비행기 티켓을 가장 싼 티켓으로 구매를 했다. 물론 이것이 당락에 크게 좌우하지는 않겠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조금이나마 적은 비용으로 임용을 하길 원하는데 이것이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게 아주 큰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학교에 따라서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진행하는데 일반적인 경우는 전날 저녁식사부터 하루 종일 인터뷰+ 당일 저녁 정도까지 일정이 있고 다음날 돌아가는 정도로 보면 된다. 캠퍼스 비짓은 대략 캠퍼스 투어, 학교 소개, 리서치 발표, 티칭 시연(학교에 따라 다름), 각 교수들과의 1:1 혹은 1:n 면접 그리고 식사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경험으로는 학교에서는 가능하면 지원자에게 많은 정보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돌아가도록 일정을 짜주는데, 지원자 입장에서는 정말 빡빡하고 진 빠지는 하루가 될 것이다. 그래서 준비할 것들이 많은데 자신의 리서치 발표는 물론이고 만나게 될 각 교수의 면면들 그리고 식사시간에 나눌 이야깃거리를 준비하면 좋다. 아울러 해당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질문 혹은 정보를 모아 놓으면 아무래도 지역이나 학교에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주기에 좋다. 물론 이것도 돌아오자마자, 내가 좋았던 점과 각 교수와 이야기했던 내용을 짤막하게 요약을 해서 감사의 노트를 남기면 좋다.  

 

6) Negotiation

합격이 최종 결정이 되면 이제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때 AACSB와 같은 기준으로 자신의 Salary 및 package에 대한 협의를 하면 된다. 사실 이 부분도 미국에서는 꽤나 중요한 부분인데, 아무래도 뭔가 기준이 될만한 자료를 근거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전 편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3년 차 2학기가 끝나갈 무렵 서서히 정보를 구하기 시작하면서 준비를 했다. 사실 지금에서 보면 그것조차 참 섣부른 판단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떨어지는 돈과 체력, 그리고 가족들의 스트레스를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었다. 그렇게 3년 차가 되고 EAOM이라고 하는 지역 학회와 AOM에서 만났던 다른 학교 교수님 (내가 가고 싶은 학교의 교수님들과 전략적으로 연락을 드렸음)께 내 진행사항을 업데이트를 계속해서 드리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였다. 

 

지도교수님께 말씀드려 잡마켓에 나가겠다는 의향을 전달하고 이를 위해 Field exam과 박사논문 프로포절(제안) 심사를 위한 Committee 위원 구성을 마친다. (내부 3명 + 외부 1명).

 

3년 차 2학기가 끝나고 RPI에서는 Field exam이라고 부르는 시험을 치는데 교수님께서 미리 내어준 30~40편의 논문/책을 읽고 미리 준비를 한 다음에 자신만의 논문을 일주일 안에 기준에 맞추어 develop 하는 시험을 쳤다. 나의 경우에는,

 

1. 제품이나 기술 분야를 선정하고,

2. 기존의 이론을 활용하여 가설을 만들고

3. 이를 실험할 각 회사의 매년 측정 가능한 발명이나 기술 발전을 제안하고,

4. 가상의 데이터 셋을 설명하고

5.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할 분석 모델을 제시하고,

6. 예상되는 결과의 제시

 

정도가 짧게 요약한 나의 Field exam이었다. (물론 실제 내용은 훨씬 많다). 시험 시간을 일주일.. 거의 밤을 새우듯이 마무리하여 한 관문을 또 마무리한다. 

 

4년 차 1학기 (가을)가 되자 박사과정 프로포절을 준비하면서 함께 학교 지원을 준비한다. 그러나 하나의 패착은 너무 일찍 준비했다는 것인데 학교에서 ABD 상태가 되어야만 (프로포절을 마친 상태) 진지하게 고민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4년 차 2학기 초 프로포절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지원이 가능했다. 사실 봄이 되면 내년 가을 임용을 학교에서는 준비할 때이라 마지막 임용 라운드라고 볼 수 있다. (거의 가능성이 없는 상황, 사실 그걸 따질 만큼의 여유도 없었고 지식도 없었다).

 

2013년 3월 6일 어렵게 프로포절을 마치고 나도 공식적으로 ABD가 되었다. 그때부터 알아보니 사실 내가 지원할 수 있는 풀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5년을 추천한다). 총 60 여 군데에 원서를 보냈고, 10여 군데에서 전화 인터뷰를 받게 되었다. 그중 한 곳은 프로포절을 하고 바로 다음날 Skype  인터뷰를 하였는데, 그때는 도서관의 1인실을 빌려 놓고 시스템 체크를 마친 후에 각 교수님의 연구분야 및 교과목, 그리고 학교에 대한 정보를 미리 준비하고 예상 질문과 답변을 미리 준비하였다. 사실 Face to face 영어도 익숙지가 않은데 Skype 인터뷰는 훨씬 어렵다. 그래서 예상 질문과 답변을 미리 스크립트를 써놓고 한 시간 전부터 미리 수십 번 되뇌었다. 한창 긴장 끝에 한 전화 인터뷰는 생각보다는 언어적으로는 나쁘진 않았지만 끝나고 나서 잘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아쉬움...

 

전화인터뷰 준비

그렇게 안되었다고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 학교에서 Campus visit 요청이 왔다. 한 달이나 더 지나서... 여하튼 나에게는 Denmark이후로 처음 하는 미국 주립대학에서 하는 인터뷰라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했다. 날자를 정하고 하루 전날 학교 근처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진 빠지는 인터뷰를 보았다. 교수님들은 대부분 굉장히 친절했으며, 그때 사실 학장이 내가 다니는 학교 출신이어서 조금은 호의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걸 그분이 가장 공격적으로 질문을 하셨다. 내가 인터뷰를 봤던 학교는 한 주의 메인 캠퍼스는 아니었고 대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학교였다. 학교 건물도 새로 짓고 해서 깔끔했고 내가 받은 인상은 좋았다.

 

아침 일찍 연구 발표를 진행했는데, 혼자 준비를 하려면 30여분 시간을 주었는데 그때 파일을 옮기려고 컴퓨터를 쓰다가 보니 바로 며칠 전에 누군가가 발표한 자료가 있었는데, 아마도 같은 position에 지원한 지원자였고 바로 Purdue school 출신이었다. 그때 맥이 탁 풀렸다. Purdue school은 경영학 분야도 유명하고 잘하는 학교라서 갑자기 자신감이 팍 떨어졌다. 그래서 그랬던지 최선을 다해서 했지만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안되더라.

 

이윽고 점심때가 되자 이탈리안 음식점을 가서 교수님 네 분과 함께 점심을 먹는데 스파게티 소스가 타이에 딱 떨어졌다. 내가 눈이 휘둥그레지자 @.@ 그때 담당 교수님께서 "내가 너 깨끗하게 입고 온 거 봤으니 이야기해줄게" 하면서 웃으시는 거다. 아.. 왠지 징조가 불길하다. 그렇게 각 교수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걸까...

 

그렇게 미국 주립대와 했던 캠퍼스 비짓은 끝이 나버렸다. 그때 정신적인 고통이 꽤나 컸는데, 그것을 잘 나타내 주는 페이스북 포스팅이 있어 공유한다.

 

"지독 시리 힘들었던 3월, 프로포절 디펜스와 같은 주에 3번의 전화 인터뷰, 그리고 그 다음주 한 번의 전화 인터뷰, 그리고 화상면접, 이제 두 번의 면접이 더 기다리고 있다. 이번 한 달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스트레스와 수십 번의 면접 준비를 해왔다. 그래도 첫 면접이 끝날 때 정말 다리에 힘이 풀리도록 주저앉고 싶었는데 넘어 갈수록, 조금씩 발전함을 느낀다. 그래야 일차 면접일뿐 아직 갈길은 멀다. 이과정을 다 넘긴 선배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기. 고생했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많기에 다시 평정심을 가지고 파이팅!" (3/20/2013년 facebook에서)

 

다음 편에서는 한국 대학 지원 이야기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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