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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스테잇 뉴욕의 가을

 

미국의 '업스테잇 NY'이라고 불리는 뉴욕의 북부는 캐나다에 접하고 있기에 가을이 빨리 온다. 우리가 한 번 즘은 들었던 '뉴욕(맨해튼)의 가을'도 멋있지만, 나는 업스테잇 NY을 몰랐으니 그 가을을 알 리가 없었다. 뉴욕주의 중북부 - 동쪽으로 매사추세츠와 붙어 있다 - 는 산과 나무가 많아 가을이 참 아름답다. 최근에 뉴욕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을 발견했다고 하니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3080) 우리가 일반적으로 뉴욕하면 맨해튼(혹은 뉴욕시티)을 뉴욕이라고 칭하기에는 뉴욕주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정신없이 여름을 보내고 맞이한 가을은 참 아름다웠는데 캠퍼스도 온갖 낙엽들로 각종 색깔이 물들고, 뒤에 Frear Park를 끼고 있는 아파트도 온갖 낙엽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마시며 멍하니 사색(멍 때리기)하기 참 좋았다. 그래서 주변을 걸으면서 한 주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기도 하였다.

 

봄에도 이쁘지만, 가을이 예쁜 Lally 건물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기 딱 좋았던 가을

화룡점정 자동차 구입

그 즈음, 차를 구매하기로 한다. 룸메이트 차로 연명하고는 있었지만, 언젠가 나도 차가 필요할 테고 특히 연말이 되면 와이프가 미국으로 넘어오니 더 이상 버스를 타고 다니기에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마다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보통은 필기시험을 치고 나면 임시운전면허증이 나오고 그 이후에 강의를 한번 듣고, 실기시험을 치고 정식 운전면허증을 갖게 된다. 국제면허증이 있긴 했지만, 어차피 유효기간이 1년이라 신분증을 위해서 매일 여권을 들고 다닐 수 없는 관계로 필수적이라 생각해서 오자마자 한 일 중에 하나는 바로 필기시험을 쳐서 임시면허증을 받는 것이다. 필기시험은 까다롭지 않았고 DMV (Department of Motor Vehicles, 혹은 MVA - Motor Vehicle Administration) 웹사이트를 통해 필기시험 문제를 보고 공부를 할 수 있다. 몇 가지 헷갈리는 게 있는데 큰 문제는 없다. Troy에 있는 DMV는 그리 붐비는 편이 아니라서 바로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이 운전면허증에 쓰이는 사진임) 시험을 칠 수 있었고 한쪽 구석에 아주 오래된 칸막이 책상에 앉아서 금방 시험을 칠 수 있다. 얼마 안 되어 임시면허증이 나왔다.

 

학기가 정신없이 흘러가고 조금 미국생활이 적응이 되었을 때 즈음 차를 구매하기로 한다. 미국에서 차량을 구매할 때는 보통 중고차를 살 것인지 새 차를 살 것인지부터 고민을 하는데, 나의 경우는 와이프가 오게 되면 대부분 몰 것이라 수리비며 기타 발생할 불확실성을 제거하고자 그냥 새 차를 사기로 한다. 지금까지도 중고차를 사본 적은 없지만 구매해 본 사람들은 또 꽤 괜찮다고 들었다.

 

룸메이트는 차를 참 좋아해서 신중하게 고르고 이 때를 이용하여 자신이 타고 싶었던 차 브랜드 딜러샵에 가서 타보고 싶은 차를 실컷 타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전화를 하면 픽업하러 오기도 그리고 끝나면 집 앞에 내려주기도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어디 전화해서 통화를 할 자신이 없었기에, 같이 수업을 듣는 미국 친구 Tracy에게 함께 해줄 수 있냐며 부탁했다. 이 친구는 미국 정착에 참 도움을 많이 주었는데, 내가 안 되는 영어로 수학을 가르쳐 주고 그 친구는 나의 정착을 도와주었다.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전에 지역 케이블 회사에서 광고영업을 했던 경력이라 아는 사람이 많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카쇼핑을 하기로 한 날 아침에 룸메이트에게 "오늘 차 사러 갈 거야" 했더니 "많이 타보세요"라며 학교를 향했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 Tracy와 함께 먼저 현대로 갔다. 현대로 간 이유는 소위 가성비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실제 가보니 가격 흥정이 잘 안되었다. (Tracy가 아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다른 현대와 몇 군데 딜러를 돌았는데 몸만 피곤하고 소득이 없었다. 그러던 그 친구가 "다른 브랜드는 안돼?"라고 하는 것이다. "아니 뭐 특별히 선호하는 건 없다"라고 하니 혼다 딜러를 알고 있다며, 괜찮냐고 물어본다. 이미 좀 지친 상태라 그러자고 하니 전화를 해보더니 제법 할인을 해줄 것 같다며 가보잔다. 그리고 실제로 갔더니 전년도 모델을 꽤나 할인을 해준다고 하기에 테스트 드라이브를 해본다. 괜찮다. Tracy가 단도직입적으로 너의 best offer를 달라고 하자 그 딜러는 제법 할인된 가격이라며 더 이상 해줄 수 없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더니 Tracy가 나에게 "괜찮은 딜인 것 같다"라고 말하며 인터넷을 확인할 수 없었기에 (스마트폰 없었음) 룸메이트에게 전화를 걸어서 가격을 한번 봐달라고 했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형 괜찮은 것 같은데요" 하기에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해버린다. 그렇게 얼떨결에 구매한 Honda Accord. 집에 돌아가니,

 

룸메이트: "형 그래서 그 차 샀어요?"

나: "응"

룸메이트: "반나절 만에? 하며 웃는다."

 

그렇다. 나는 차의 디자인이 예쁘기만 하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은 아니라서 반나절 만에 사버린다. 물론 한국에서 저축한 돈의 반이 한꺼번에 날라가 버렸다. 리스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현금으로 사버렸다. (신용점수도 거의 없었기에 옵션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거금을 보내야 했기에 일주일 후에 차를 픽업했다. 

 

이제 내 발이 생겼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안나지만 감격적인 순간이라 딜러로부터 차를 인수하는 날

김연아

한인 대학원생 수가 많지 않았던 RPI의 대학원생 (석사, 박사) 동기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나의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특히 박사과정의 경우는 적어도 4년 이상이 걸리는 긴 시간을 공부해야 하므로 육체적 건강은 물론 심리적 안정도 필요하다. 더군다나 익숙하지 않은 미국 생활이니 더욱더 그럴 수도 있고, 하루하루가 언어소통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으니 계속해서 긴장의 연속이다.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주말이면 한인 학생들끼리 모여서 같이 밥도 해 먹고 끝나면 맥주 한잔에 이런저런 한 주 동안 자신이 했던 바보짓(외국인으로서 당연히 실수가 많다)을 공유하고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보냈는데, 

 

그러다가 한 명이 정보를 공유한다. "김연아가 온다는데요?" 웅성웅성... 남학생이 대부분이었던 주말모임에서 한 명이 김연아가 경기를 위해서 Lake Placid에서 열리는 2009 Skate America (2009년 11월 13일 ~ 15일)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Troy에서 Lake Placid는 2시간가량 떨어져 있었는데, 룸메이트가 "형 새 차로 한번 가시죠" 한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김연아의 연기를 보러 가게 된 것이다. 미국에 와서 처음 학교가 있는 동네 바깥을 나가보기로 한 것이다. 

 

이 편을 쓰면서 당시에 연기를 유투브에서 찾아보았는데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당시 김연아가 19살이라고 하니 기량이 한창 오르고 있을 때였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연기라 더욱더 좋았다. 둘째 날 Long 프로그램 시작할 때 '김연아 파이팅!'을 혼자 외치는 소리가 장내에 쩌렁쩌렁 울려 함께 갔던 친구들에게 '왜 혼자면 파이팅하냐'며 구박을 받기도 했던.. 아래 동영상 링크에서 32분 10초 경에 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RCPgHhtcYg)

 

여기서 부터는 당시에 썼던 블로그에서 가져온다.

 

=====

 

11월 13~15일까지 NY주 Lake Placid에서 열린 2009 Skate America 경기

김연아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좌석을 알아보고 가게 된 곳,

가는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곳

그동안 3달동안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던 Troy를 벗어나 오랜만에 머리를 식히러 잠시 외도를 했고,

그동안 시내주행만 하던 차도 한번 쌩쌩 밟아줘야 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떠난 1박 2일 여행

 

일단 김연아 선수는 정말 너무 이뻐 보였고 역시 국민동생으로 칭호를 받을만한,

연기도 정말 일품인, 첫날 세계신기록이 부담스러웠던지, 

둘째 날 연기가 아쉽긴 했지만, 연습 때부터 컨디션이 좀 나 빠보였는데,

그래도 잘한 듯, 앞으로 조금만 가다듬으면 정말 "perfect"이 될 듯,

여기저기 멀리서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북적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잠시 머리 식힌 경험치 고는 너무나 값졌던 여행

 

내년에 또 하게 되거든,

부인과 손잡고 가봐야 할 필수 코스~!!

 

출처: https://07701.tistory.com/category/My life in Troy? page=2 [강박의 2 cents]

 

Troy에서 Lake Placid까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가는 여행

올리가는 I-87 이길로 쭉 올라가면 캐나다 몬트리올이 나온다.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내려주시고

동형 군이 찍어준 나의 운전 샷, 나의 애마와 함께

온갖 잡다한 버튼이 많은 나의 애마와 함께,

2시간 좀 넘게 걸려 도착한 Lake Placid는 1932년, 1980년 동계올림픽을 치른 곳으로,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나름 고풍스러운 작은 도시

여기는 오늘 김연아가 경기할 경기장 좌석배치도

도시가 아기자기 한 집들로 시내가 이루어져 있고, 걸어서 10분이면 다 돌아볼 만큼, 작으나 옆에 호수를 끼고 있어 아름다운 도시

관광도시이다 보니 기념품 샵들이 많긴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패스.

이 시골에도 있는 스타벅스가 왜 우리 동네에는 없단 말이냐.

저녁 먹으러 임의로 고른 피자집, 엄청나게 큰 피자 2개 시켜서 4명이나 나눠먹었다. 뒤에 보이시는 분은 아마 김연아 보러 오신 분이신 듯

오늘 구경하게 될 김연아 표. 사실은 내일 표긴 하지만, 그거나 그거나

밥 먹고 간단하게 스타벅스 한잔, 뭐 돈은 없고 춥지만 그래도 커피 한잔이 아니면 공부도 집중도 안 되는 나는 이제 미국 사람?

같이 동행했던 룸메 동형 군, 카이스트 천재소녀 미지 양, 기계과 신랑감 후보 1순위 준규 씨.

이곳은 곧 김연아가 나올 경기장 모습

언제 와서 저렇게 김연아 플래카드를 많이도 붙여 놨더라. 대부분 김연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물론 한국사람들이 붙였겠지만

심사 위원석, 한국 분도 한분 계시고

 

세계기록을 세우고, 인터뷰하는 김연아.

 

이번에 가서 새롭게 부각된 인물, 오서 코치 정말 매너 좋고, 인상 좋고 저 아이스 차 나간다고 손수 문 열어주고, 정말 멋진 코치인 듯

 

다음날 아침 모텔 앞 풍경

뉴욕 북쪽에서 볼 수 있는 산세.. 저 멀리 스키장도 보이고,

아침 공기가 너무너무 상쾌하였던

다음날 아침은 샌드위치 46가지의 샌드위치, 정말 시키기 힘들다 ㅡ.ㅡ;;

나가는 길에 한컷.

발이 되어주고 처음으로 장거리를 운행한 내차

동형 군이 아침에 일어나서 여러 각도에서 찍어주었네

 

우리가 묵었던 모텔, 그냥 막 찾아간 것 치고 깔끔하고, 저렴한 가격에 잘 쉴 수 있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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